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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다의 유령

은 바다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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짙은 남색 도는 흑발, 밤하늘 아래 윤슬 하나 없는 잔잔한 바다와 같은 눈동자. 특유의 항상 달아올라 있는 홍조.

 

소개 주고 받으면 되는 이름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이가 교내 대부분일 것이다. 유령처럼 존재감 없이 가만히 있다가 자기 할 것만 하고 슥 지나가고, 드물게 목소리를 내비치면 사람 놀래키는 어설픈 존재.

1학년 D반. 자기 개성 강한 같은 반의 다른 학생들 탓에 남들 눈에 잘 안 띈다. 그래서 무작정 소심하고 타인과 말 섞는 게 불편한 애로 보는데,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. 분명 소심한 것도 맞고 누가 말 걸어오면 개미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여 몇 번이고 대답을 반복하는 상황이 나오기도 한다. 그렇다고 부끄럼 많이 타는 건 또 아닌 게, 초췌한 말투로 할 말은 다 하는 모습이 그냥 인생에 찌든 것 같달까…

 

조례 때부터 종례 전까지는 웬만하면 교실 밖으로 가지 않는다. 수업 중간중간 쉬는 시간도 짧은 데다 학교가 좀 넓나? 그럴 바엔 의자에 죽치고 앉아서 책상에 엎드리고 잠이나 잔다.

문학부 소속으로 종례 후에는 주로 도서관에 들른다. 가서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몇 시간이고 책을 읽기도 하나, 보통 책을 빌려다 기숙사에 짱 박혀 홀로인 시간을 즐긴다고 한다.

글 쓰는 게 좋아서 그쪽으로 장래희망을 품었다. 문학부 가입 계기도 이 때문.

 

우울함이 디폴트라 인상이 좋진 않다. 조용하고 힘 빠지고 사회에 못 끼는 애 누가 좋아하겠냐만은, 막상 말 트면 유순한 데다 자기결정권이 낮아 좀 어리바리한 결이 있다. 또한 개인주의자, 그 속을 닮은 본래 인성이 썩 보기 좋지는 않을 것이다. 완벽주의 강박에 집착하다 못해 시달리고 살아 제 감정에 짓눌리는 것도 모자라 그것들 다 숨기고 껍데기를 보기 좋게만 정리하는 뻔뻔함까지! 우울증은 그림자 같다지, 가끔 본인도 '내가 평범해진 건가?'하고 생각할 정도로 상태 파악에 둔하며 그러면서도 우울한 팝송 한 번만 들으면 눈물이 주륵주륵, 밤의 파도가 드물게 요동치듯 물만 쏟아내고는 한다. 감히 눈 속에 망망대해를 품은 대가다.

 

 


이 아래의 내용부터 등장인물 김태풍과의 드림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. 꺼려하시는 분들께선 윗내용만 봐주세요!

※상황에 따라 해당 설정을 적용/미적용 하는 점 유의 부탁드립니다.※

 

보기보다 금사빠인지라 어물쩡어물쩡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. 적어도 태풍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이성적 호감을 가져도 무자각이었고 연애 경험도 없을 뿐더러 눈치까지 꽝이라 지나가고 보면 내가 저 애를 좋아했나 싶을 정도의 호감이었다. 물론 그 상대들을 알게 모르게 피해다니긴 하지만... 여하튼 태풍은 워낙 야구부장으로서 유명하기도 하고 그런 인물이 보통 훤칠한가? 처음엔 그저 누구나 가져볼 법한 호감이라 생각했을 것이다. 그러다 발견한 건 야구 경기나 연습을 지나가다 볼 때마다 응원하는 핑계로 태풍을 지켜보는 자신이었고, 아마 생각이 엄청나게 많아졌겠지. 밤하늘의 어두운 바다, 그 새까맣던 하늘에 하얀 별이 마구 반짝이듯 눈동자도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. 아, 용기도 없는 자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떻게 되느냐... 결국 고백은 커녕 대화 한 마디 해보지도 못하고 졸업하여 까맣게 잊혀지는 흑역사 하나가 되겠지 뭐. 이건 아마 짝사랑으로 끝날 거다. 그런 의미에선 실패한 외사랑과 다름이 없다. 이런, 소심한 성격 좀 죽이려 노력할걸!